정부가 중대재해 근절을 외치며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 잣대가 민간기업과 공기업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연이은 사망 사고가 발생한 사기업 포스코이앤씨에 대해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건설면허 취소와 영업정지라는 초강수를 검토하겠다고 압박한 반면, 유사한 인명 참사가 발생한 공기업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는 원론적인 조사와 대책 마련을 언급하는 데 그쳐 '제 식구 감싸기'식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민간기업엔 '일벌백계', 공기업엔 '솜방망이' 우려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포스코이앤씨 사태에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2025년 한 해에만 4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심하게 얘기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하며 법률상 가능한 모든 제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즉각적인 본사 압수수색과 전국 현장 불시 감독에 착수했고, 정부는 영업정지를 넘어 건설업 등록 말소까지 시사하며 건설업계 전체를 긴장시켰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엄포는 '안전'이라는 가치 앞에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호함은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코레일 앞에서 무뎌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열차-작업자 충돌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정부의 대응은 포스코이앤씨 때와는 사뭇 다른 온도 차를 보였습니다. 물론 주무부처 장관들이 현장을 방문해 "무관용 원칙", "엄중 조치" 등을 언급했지만,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했던 수준의 압박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코레일은 지난 5년간 산업재해로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안전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어 온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책임 주체의 모호성, '이해상충'의 딜레마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의 근저에는 정부가 공기업의 '관리감독자'이자 '소유주'라는 모순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민간기업의 경우 정부는 외부 규제자로서 명확하게 책임을 묻고 채찍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레일과 같은 공기업에서 발생한 사고는 그 책임의 화살이 결국 정부 자신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딜레마를 안고 있습니다.
실제로 야당에서는 "코레일 지분 100%를 정부가 소유했으니 이번 사고의 책임자는 정부 수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정부가 코레일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곧 스스로의 관리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 되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영업정지'나 '면허취소'와 같은 극약 처방은 공공 서비스 중단이라는 국민적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정부로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이기도 합니다
공정성 잃은 안전 정책, 신뢰를 위협하다
문제는 이러한 차별적인 접근 방식이 정부의 안전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은 기업의 규모나 소유 구조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법의 잣대가 기업의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면, 민간기업들은 '역차별'이라며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공기업 내부에서는 '우리는 괜찮다'는 안일함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산업재해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칼날은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포스코이앤씨에 들이댔던 엄격한 잣대를 코레일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여,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 앞에서 민간과 공공의 구분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스스로의 '이해상충' 문제를 극복하고 공기업에도 일벌백계의 원칙을 적용할 때, 비로소 '산업재해와의 전쟁'은 그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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