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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나의 삶의 관계

이재명의 친구는 금감원장? 변호인들은 국회의원? 에 대한 문제의식

[논설] '사적 인연'이 '공적 책임'을 삼킬 때

공직(公職)은 개인의 전리품이 될 수 없다. 국가의 녹을 받는 자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무한한 봉사와 책임을 전제로 한다. 그 자리에 사람을 쓰는 일, 즉 인사는 국가 운영의 철학이자 시스템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이런 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일련의 인사는 ‘공사(公私)의 구분’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논란의 핵심에는 이 대통령의 ‘변호인’과 ‘친구’가 자리한다. 그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했던 변호사들이 대거 국회의원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달았고, 일부는 주요 공직에 임명되었다. 급기야 금융시장의 질서를 감독하고 수많은 기업의 명운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그의 오랜 친구가 임명되었다. 이를 두고 나오는 ‘보은 인사’, ‘채널 인사’라는 비판은 단순한 정치적 공세를 넘어 시스템의 훼손을 경고하는 위험 신호다.

 

첫째, 이는 명백한 ‘보은(報恩) 인사’의 전형이다.

자신을 법적 위기에서 구해준 이들에게 입법부와 행정부의 요직으로 보답하는 그림이다. 물론 그들에게 능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능력과 전문성이 검증의 제1 기준이었는지, 아니면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과 기여가 결정적 요인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사의 기준이 공적 실력이 아닌 사적 공헌으로 기울 때, 그 조직은 국민이 아닌 특정 개인에게 충성하게 된다. 국회는 ‘방탄 국회’로 변질될 위험이 커지고, 행정부는 정책의 공정성 대신 대통령의 안위를 먼저 살피게 될 것이다.

 

둘째, ‘채널(Channel) 인사’는 시스템을 무력화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인재 등용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이라는 ‘비선’ 혹은 ‘직통 채널’이 등용의 고속도로가 되는 현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 혹은 친구라는 배경이 다른 모든 경쟁자를 압도하는 ‘만능 키’가 된다면, 수십 년간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수많은 인재는 좌절하고 소외될 것이다. 인재 풀은 좁아지고 조직은 활력을 잃으며, 결국 ‘이너서클’에 속한 소수만이 요직을 독점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된다. 특히 금융감독원과 같은 고도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관장 자리에 ‘친구’라는 사적 인연이 강조되는 것은 그 자체로 시장에 불신과 불안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다.

 

대통령은 자신과 코드가 맞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쓰고 싶어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공권력은 사유물이 아니다. 인사는 그 권력을 국민을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엄중한 약속이다. 사적 인연에 기댄 ‘우리 편 챙기기’가 계속된다면,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지고 국정은 방향을 잃고 표류할 것이다.

 

지금 이 대통령과 정부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의 인사가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아니면 대통령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고 정치적 안위를 도모하기 위한 사병(私兵)을 배치하는 과정인지 말이다. 국민은 대통령 개인의 ‘안전’이 아닌, ‘국가의 안녕’과 ‘사회의 공정’을 지키는 인사를 원한다. 그 간극이 벌어질수록 민심의 이반은 가속화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