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장이 마치 전리품이라도 되는 양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마가(MAGA)' 모자와 정상회담 메뉴판을 전시하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홍보하는 기이한 풍경을 접했다. 일국의 최고 외교 무대인 정상회담의 결과를 고작 '아이돌 팬사인회'에서 얻은 기념품처럼 내세우는 행태는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이는 대한민국 외교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루한 자화상이자, 실질적인 국익 없이 형식적 치장에만 몰두하는 '굴종 외교'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정상회담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자리다.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 외교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치열한 협상과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무대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과연 무엇을 얻었는가. 비서실장이 자랑스레 내보인 '사인 모자'와 '메뉴판' 외에,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나 미래를 위한 견고한 합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며 우리 국익을 훼손하거나, 최소한의 상호 호혜적 관계마저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분 과시용 기념품'을 내세워 회담의 성공을 포장하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정상회담의 성과는 대통령 간의 '케미'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냉철한 국제 역학 관계 속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복잡다단한 현안들을 풀어나갈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며,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냈을 때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 '사인 모자' 하나로 외교적 성과를 대신하려는 발상은, 정상회담의 본질을 망각하고 국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자가당착에 불과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외교가 '굴종 외교'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과거 강대국에 대한 일방적인 순응이 국익을 저해했던 역사를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시류에만 편승하며 생존을 도모하는 나약한 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이룬 당당한 중견국으로서,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자격과 역량이 충분하다.
그러나 지금의 외교는 이러한 대한민국의 위상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사인 모자' 하나에 만족하는 소박한 '성과'는 우리 외교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외교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기념품 수집이 아닌, 진정한 국익 실현을 위한 치열한 외교를 요구한다. '사인 모자'를 보며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국가의 미래를 밝힐 견고한 외교적 성과를 가져올 것을 촉구한다. 그것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길이자, 굴종 외교의 오명을 벗어던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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